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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제: Why Fish Don't Exist)』 by. 룰루 밀러(Lulu M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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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질서를 강요한다.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선을 긋고, 이해하려 한다.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 것들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삶은 그렇게 단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질서의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어떤 혼돈이, 늘 우리 안에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도 아름다운 존재인지를 바라보는 이야기다. 책의 제목은 처음부터 독자를 멈칫하게 만든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이 작은 의문은 곧 거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

 

이 책은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따라간다. 그는 20세기 초 수천 종의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 붙인 인물이었다. 태풍이 쓸고 간 연구실에서, 뒤엉킨 표본들을 다시 하나씩 정리하며, 그는 끝없이 혼돈에 저항했다. 삶이 무너질수록, 그는 더 깊이 질서에 집착했다. 룰루 밀러는 조던의 이 집요한 생애에 이끌린다. 질서를 향한 열망은 때로는 구조요, 때로는 위험이기도 하다.

 

그의 이야기 사이사이,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꺼내놓는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가 붙잡는 이름과 관계들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그 허약함 속에서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 역시 한때 조던처럼 믿었다. 세상은 분류할 수 있고,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으며, 무언가 확고한 것들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삶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사랑이 무너졌고, 방향은 잃었으며, 믿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흩어졌다.
그러면서 작가는 조금씩 깨닫는다. 세상을 견디는 힘은 질서나 지식이 아니라, 오히려 무너짐을 받아들이는 태도, 알 수 없음 앞에서 버티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책이지만 동시에 철학이고, 문학이며, 회고록이다.
페이지마다 조용한 파동처럼 울리는 문장들, 삶을 향한 섬세한 시선, 그리고 아주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내뱉는 진실이 있다.


“질서를 강요하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
“완벽하게 알지 못해도, 그 모호함 속에서 의미는 자란다.”


이 책은 이해를 해체하고, 명명된 것들을 다시 의심하게 하면서도,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더 따뜻한 인간다움을 찾아낸다.

가장 아름다웠던 점은, 이 책이 혼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서가 무너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다시 무언가가 자랄 수 있다는 믿음과 부서진 채로도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다정한 확신.


룰루 밀러는 조던의 삶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독자의 손을 잡고 말한다.
“우리는 언젠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조차 끝이 아니에요.
그건 또 하나의 시작이에요. 설명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어요.”

 

이 책은 삶에 대한 태도를 조용히 바꿔놓는다.
불안정함을 사랑하는 법, 모호함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법, 그리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무언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르쳐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지 물고기가 아닌, 우리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물속 어딘가, 우리가 잃어버린 말들이 여전히 헤엄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책 정보

룰루 밀러(Lulu Miller)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는 단순한 과학 에세이를 넘어, 질서와 혼돈, 통제와 무너짐 사이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탐색하는 철학적 이야기다. 물고기의 생물학적 정의를 시작으로, 분류와 명명의 집착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지배해왔는지를 비추며, 그 안에서 상실과 회복, 존재의 의미를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과학과 자전적 고백, 문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이 책은 혼돈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조용히 전한다.

 

  •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 저자: 룰루 밀러 (Lulu Miller)
  • 출간: 2020년 (한국어 번역: 2022년)
  • 장르: 논픽션, 과학 에세이, 전기, 철학적 회고
  • 형태: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따라가는 전기적 서사와 저자의 개인적 성찰이 섞인 하이브리드 에세이

📖 줄거리 요약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강렬한 질문을 던집니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물학적으로,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물고기'라는 분류는 생물학적으로 명확한 개념이 아니라, 여러 다른 계통의 수생 생물을 느슨하게 묶은 편의적 용어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그 생물학적 사실을 중심축으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David Starr Jordan)이라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생물학자의 생애를 따라갑니다. 그는 평생 수천 종의 물고기를 분류하고 정리한 인물이자, 후에 스탠퍼드 대학 초대 총장이 되었으며, 나중엔 우생학(eugenics)의 지지자로 어두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저자 룰루 밀러는 조던의 삶을 따라가며, 자신의 혼란스러운 시기, 정신적 방황, 삶의 목적 상실, 사랑과 정체성의 혼돈을 이야기합니다. 조던의 '질서를 향한 집착'은 저자에게 위안처럼 다가오지만, 책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그 집착이 결국 혼돈을 외면하고 통제하려 한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 주요 특징과 매력

1️⃣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

조던은 폭풍우로 표본들이 뒤섞인 박물관 안에서도, 하나하나 다시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인다. 그는 혼돈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질서에 집착한다. 그 질서는 정말 실재했을까?

 

2️⃣ 물고기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과학적 통찰

책은 “물고기”라는 말이 얼마나 불완전한 분류인지 설명하면서, 우리가 이름 붙인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단지 인간의 ‘정리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한다.

 

3️⃣ 개인적인 상실과 재정립의 서사

저자는 조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의 혼돈도 함께 마주한다. 아버지와의 관계,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 파트너와의 이별,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책 속에서 고백처럼 흘러나온다.

 

4️⃣ 믿음과 무너짐,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힘

이 책은 무엇보다 ‘회복’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무너질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가? 룰루 밀러는 그 대답을 과학이 아닌 인간다움 속에서 찾아낸다.


🏆 평가 및 수상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 NPR, 타임지, 와이어드 선정 ‘올해의 책’
  • 과학과 문학, 자전적 고백을 훌륭하게 융합한 ‘새로운 에세이의 지평’이라는 평

📌 추천 대상

🔹 과학 이야기를 인간적인 감정으로 풀어낸 글을 좋아하는 독자
🔹 질서, 의미, 회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
🔹 혼돈을 견디는 방법을 찾고 싶은 시기의 사람
🔹 기존의 과학 서술 방식에서 벗어난 ‘문학적인 과학 에세이’를 찾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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